일본이 위험하다


후쿠시마 해안 곳곳은 건설공사가 벌어지고 있었다.


2011 3월 쓰나미와 원전 사고 피해를 입은 후쿠시마 해안 지역으로 향했다. 


승합차는 곳곳에 벌어진 공사판 탓에 종종 멈춰서야 했다. 마주친 차량 가운데 절반 이상이 공사용 대형 덤프트럭이었다. 방사능 위험 지역으로 지정되어 사람이 살지 않는 도시에도 어김없이 곳곳에서 공사가 진행 중이다. 


건설회사는 대목을 만났다. 인력 찾기가 어려워졌고 타지 사람들과 기계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다.


쓰나미 피해지역의 중심도시는 센다이다. 이 대도시는 쓰나미 이후 인구가 오히려 늘고 상권이 활성화됐다. 식당과 술집에 손님이 끓는다.


이런 재건 버블은 아베노믹스와 재해복구가 만나 만들어낸 기이한 풍경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세 개의 화살을 묶어 쏘겠다고 한다. 첫째는 금융 완화, 둘째는 정부 재정 투입 확대,셋째는 구조개혁이다.


미국이 양적완화를 종료한 지난 주, 일본중앙은행과 공적연금은 거꾸로 양적완화 추가 확대와 주식투자 확대 방안을 내놓았다. 금융완화다. 그 상당부분은 수출 대기업을 살리려는 환율 절하를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일본 정부는 5년 동안 250조원을 재해 복구에 쓰겠다고 공언했다. 재정투입이다. 상당부분은 결과적으로 건설공사 등 하드웨어에 투입된다.


쓰나미가 덮쳤던 해안에는 최고 높이 14.7미터,  80미터의 거대한 방조제를 건설하려 한다. 계획대로라면 거대한 시멘트 덩어리가 동일본 해안에 죽 늘어선다. 원전 주변에서는 지표면의 흙을 모두 걷어내는 거대한 작업이 진행 중이다. 모두 초대형 건설 계획이다.


후쿠시마 해변의 항구에는 쓸려갔던 건물들이 잇따라 지어지며 조업을 재촉하고 있다. 하지만 후쿠시마산 해산물은 팔리지 않는다. 


어선들은 일주일에 한 차례만 출항한다. 그래야 지원금을 받을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쓰나미 피해지역 주민 10만여명은 여전히 임시주거시설에 산다. 건물은 돌아왔지만 사업도 사람도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대형건설사업이 노동자와 장비를 고용하고 돈을 분배하는 것은 사실이다.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소장도 최근 <한겨레> 칼럼에서 내핍이 아니라 확장을 택한 아베노믹스의 방향을 지지했다. 케인스주의자들은 대체로 정부지출을 통해 고용을 창출하고 돈을 풀어야 소득과 수요가 생겨 경제가 살아난다고 본다.


그러나 어려울 때 정부가 돈줄을 죄지 말고 풀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케인스의 단기 대책이었다. 케인스도 장기적으로는 이 돈이 투자를 이끌어내 부가가치 높은 자산을 만들어 내야 경제가 살아난다고 믿었다. 


일본경제는 쓰나미 이전부터 이미 고령화와 글로벌 경쟁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장기적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데 거대한 방조제가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을까? 후쿠시마 항구의 어업 지원용 건물이나 원전 주변에서 방사능 오염을 제거한 땅은 의미있는 자산일까?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수출 대기업이 국내 일자리를 늘리게 될까? 의문이다.


지금대로라면 정부 개입이 끝나면 회복도 끝난다. 시한부 회복이다. 일본은 위험해 보였다.


물론 폐허 속 버블 사이에서도 희망을 찾는 이들이 있다. 젊은 사회적기업가들이다. 대도시에서 살다 소도시로 옮겨간 전문성 갖춘 청년들들을 만났다. 기업을 운영하다 쓰나미 뒤 사회적기업이나 비영리로 변신한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위험과 쇠퇴 뒤에 기회와 희망이 이어지리라 믿으며 지역에 정착했다. 무한경쟁과 성장보다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꿈꾸고 있었다.


아베노믹스는 세 번째 구조개혁 화살을 남겨두고 있다. 그 화살이 이런 새로운 기업가정신과 함께할 수 있을까. 일본은 시멘트 덩어리와 수출 대기업 대신 청년 기업가들에게 투자할 수 있을까?


* <한겨레> 2014년 11월 5일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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