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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재의 생각

가짜 자유주의자들 2015년 한 해를 돌아보며 ‘자유’라는 단어가 이만큼 수난을 당하던 시절이 또 있었나 싶은 생각을 했다. 꽤 오랜 기간 사회 현안에 대한 각종 토론 자리에 참석했지만, 올해만큼 ‘자유주의자’를 자처하는 이들을 많이 맞닥뜨린 시절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들 중 상당수는 자유주의자를 자처하면서도 자유주의적이지 않은 주장을 되풀이했다. 결국 나는 한국에서 ‘자유’라는 이름을 쓰며 대중 앞에 나서는 이들 중 상당수는 진짜 자유주의자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자칭 자유주의자’였을 뿐이다. ‘자칭 자유주의자’들이 2015년에 가장 눈에 띄게 했던 일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 지지다. 그런데 자유주의자라면 그 대상이 무엇이든 사용자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경쟁이 일어나고 질이 높아진다고 판단하는 것.. 더보기
청년에게 투자를 내가 매주 출연하는 라디오 토론프로그램의 지난 번 주제는 서울시의 청년활동지원금이었다. 취업포기자, 불안정 노동자, 대학졸업 유예자 등 ‘사회 밖 청년’들 중 괜찮은 활동계획을 세워온 이들에게 월 50만원씩 최대 6개월까지 지원하겠다는 정책 프로그램이다.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맞은편 토론자는 주장했다. ‘정부 지원사업과 유사중복사업이니 중단해야 한다.’ 그가 유사하다고 했던 고용노동부의 ‘취업성공패키지’ 사업은 미취업자가 직업훈련을 받을 때 월 40만원씩 지원하는 제도다. 하지만 청년활동지원금은 기존 취업지원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회 밖 청년의 사회참여활동 전반을 지원하려는 제도다. 직업훈련지원과는 다르다. 그러자 그 토론자는 바로 다른 논리를 들이댔다. ‘총선을 앞두고 벌이는 선심성 사업이며 실효성.. 더보기
드론은 인간의 편인가 무인자동차가 잇따라 개발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테슬라는 이미 자체 제작 무인차를 모터쇼에도 가지고 나갔다. 구글의 무인차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주변을 시험주행 중이다. 한국의 현대자동차도 첫 도로주행에 나섰다. 이미 드론은 마니아층을 넘어 일반인에게도 확산되고 있다. 리모컨으로 움직이는 조그만 비행기가 작은 짐을 싣고 하늘을 날아다닌다. 미국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은 향후 드론으로 구매 상품 배송을 하는 데까지 가겠다는 계획이다. 무인차 사고 나면 책임은 누구? 무인자동차와 드론은 일자리에 엄청난 충격을 줄 것이다. 전문가들은 무인차가 일반화되면 택시는 아예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무인차를 불러서 타면 되니 택시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무용지물이 된다. 무인차는 2030년이면 상용화할 수 있다고 본다... 더보기
무엇을 위한 성장인가? “경제는 원래 영원히 성장할 수 없습니다. 언젠가는 멈추게 되어 있습니다.” 상원의원이자 경제학자인 로버트 스키델스키 영국 워릭대 교수는 제6회 아시아미래포럼에 참석해 충격적인 한마디를 던졌다. ‘성장의 중단’은 경제학자로서는 떠올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제성장이 멈추면, 즉 생산과 소비가 끊임없이 늘어나지 않으면 재앙이 일어나는 것으로 알고 있는 한국인들에게는 더 큰 충격이다. 나는 얼른 손을 들고 질문했다. “그렇다면 한국 경제는 언제까지 성장해야 충분합니까?” 그의 책 (How Much is Enough?)를 떠올리며 던진 질문이었다. “지금 한국 경제는 수십년 만에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 이하에서 3만달러에 육박하는 데까지 성장했습니다. 그런데도 세계 최고의 자살률과 청년 일자리 부족으로 고.. 더보기
'노량진 공시족'의 속마음 청년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나 빠지지 않는 화제가 ‘취업’이다. 정치인이 있는 곳이면 어디나 빠지지 않는 화제가 ‘일자리’이기도 하다. 그만큼 일자리는 시대의 화두다. 어디서 일하고 어떤 일을 하며 그 보상을 얼마나 어떻게 받느냐는 사실 삶을 규정하는 중요한 기반이다. 산업화 시절 서울이 만원이었던 이유 실은 일자리가 시대의 화두가 아닌 적은 거의 없다. 50여 년 전도 마찬가지였다. 1960~70년대, 봄이면 신문 사회면은 으레 젊은이들의 ‘무작정 상경’에 대한 기사를 실었다. 서울 가면 돈 잘 번다는 소문에, 서울 간 이웃이나 친척이 가끔 고향에 돌아와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모습을 지켜보던 수많은 농촌 젊은이들이 열차에 몸을 실었다. 보따리 하나를 들고 서울역에 도착한 이들은 포주, 뚜쟁이, 야바위꾼.. 더보기
현명한 노후를 위한 색다른 투자 지인이 은퇴 뒤 이사를 갔다. 수십년 살던 서울을 떠나 지방 도시로 거처를 옮겼다. 서울에서 전세금을 빼서 충분한 면적의 집을 구입할 수 있었다. 그러고도 3천여만원이 남았다. 그는 돈을 어디에 쓸지 고민하다, 그 중 2천만원을 친구들에게 쓰기로 결정했다. 낯선 지역으로 와서 아는 사람도 별로 없으니, 가능한 많은 이들을 집으로 불러 대접하면서 관계를 유지하는 데 투자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결과적으로 이것은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 1년 동안은 전국에서 친구들이 모여들었다. 그리고 나서는 수많은 친구들 집에 초대받아 가게 됐다. 베푼 것을 돌려받는 과정이었다. 그러면서 여러 지역을 방문하게 되고, 오랜만에 직장과 관계 없는 대화를 집중적으로 나눌 수 있었다. 삶은 풍요로워졌다. 은퇴 뒤 사라질.. 더보기
‘좋은 삶’으로부터 출발하자 “나이가 들어서 65살이 돼 기초연금을 받게 된다면 인생을 잘 못 사신 것입니다.” 2013년에 있었던 일이다. 기초연금의 국민연금 연계 방안을 놓고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었다. 박근혜 정부가 노인들에게 주는 기초노령연금을 정비해 기초연금으로 개편하면서,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모든 노인에게 매달 20만원씩’이라는 약속을 어기는 기조의 정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초연금을 도입해 매달 20만원씩을 지급하되, 소득 상위 30%에게는 지급하지 않으며 국민연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받는 노인들에게는 그만큼 덜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기초연금-국민연금 연계 방안이었다. 그러던 중, 당시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장이 라디오 방송을 통해 한 말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었다. ‘인생을 잘못 사신 것’이라는 언급이 공분.. 더보기
창업가형 국가 대기업들 상당수는 요즘 새로운 산업을 찾아 개척하기보다는 그저 ‘버티기’에 급급하다는 인상을 준다. 늘 찾고 있다는 ‘신수종 사업’은 소문만 떠돌고 실체가 없다. 조직은 굳어지고 고령화되고 있다. 모험적 미래기술에 대한 투자에는 소극적이고, 골목상권 장사처럼 안전하고 쉬운 현금 챙기기에 자꾸 한눈을 판다. 재벌기업들은 승계 과정에서 이런 경향이 더 강해진 듯하다. 웬만하면 흠을 잡히지 않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새로운 투자기회를 찾아 공을 세우려 나서는 임직원은 드물고 몸을 사리는 이들이 는다. 이런 상황이니 현금을 쌓아두고도 투자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 이래서는 청년 일자리도 생기기 어렵다. 이에 관해 마리아나 마추카토 영국 서식스대학 경제학 교수는 (The Entrepreneurial State).. 더보기
'헬조선'을 건너가는 방법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에서 ‘중간일자리’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14년 8월 통계층 발표 기준으로 20대와 30대의 일자리 현황을 살펴봤더니, 10년 전과 견줘 중간일자리 비중이 줄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상대적으로 상위와 하위 일자리 비중이 늘었다. 중간일자리는 중위임금의 67%~133%에 해당하는 임금소득을 올리는 일자리를 뜻한다. 이번에 현대경제연구원은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자료를 사용했다. 이 조사에서 ‘최근 3개월간 직장에서 받은 임금'에 대한 응답의 중간값은 약 180만원이었는데, 이를 기준으로 하면 월급120만6000원~239만4000원에 해당하는 일자리가 중간일자리다. 젊은 층의 중간일자리 비중이 줄고 일자리 양극화가 심해졌다는 소식에 나는 ‘헬조선 지옥불반도’라는 말이 떠올.. 더보기
얼마나 벌어야 충분한가 - 한국인이 국민소득(GDP)에 대해 생각하지 않했던 진실들 연봉 2억여원을 받는다는 동창을 만났다. 아이를 외국 기숙학교로 보내고 양가 일가친척들 모시고 매년 해외여행을 가며 서울 강남에 집을 사서 유지하다 보니 살림이 너무 빠듯하다며 울상이다. 평생 독신으로 살며 아주 약간의 생활비만 벌며 달동네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하던 선생님을 만났다. 수십년 만에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제주도로 가서 연세 50만원짜리 방을 얻어 만족스럽고 여유있게 살게 됐다는 소식을 전한다. 혼란스럽다. 도대체 우리는 얼마나 벌어야 충분한 것일까? 우선 우리가 얼마나 벌어 왔는지를 살펴보자. 1960년에 한국 1인당 국민소득은 100달러를 밑돌았다. 2015년 1인당 국민소득은 3만 달러에 육박한다. 그야말로 기하급수적 상승이다. 55년 만에 300배 늘어났다. 소득 100달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