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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재의 생각

<5분 경영학> 블루클럽, 블루오션에 뛰어들다 IMF 구제금융의 충격이 한국을 뒤덮고 있던 1998년의 일이다. 경제부 기자였던 나는 매일 어렵고 무너지는 사업 이야기를 취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신문사 데스크에 놓여 있던 팩스에 “남성전용미용실”이라는 생경한 단어로 시작하는 한 장의 자료가 들어와 있었다. 5천원짜리 남성전용미용실 체인 1호점이 문을 열었다는 내용이었다. 남성에다 미용실에다 5천원이라는 충격적 조합에 눈이 번쩍 뜨였다. 이건 외환위기를 극복할 우리 시대의 지혜라고 흥분하며 ‘틈새시장을 노린 새로운 미용실’이라고 소개하는 글을 썼다. 그게 블루클럽과의 첫 만남이었다. 두 번째 만남에서 나는 처음 썼던 글에 썼던 ‘틈새’라는 단어를 후회해야 했다. 부끄럽게도 글을 쓴 뒤 한참이 지나서야 블루클럽을 직접 찾아가 머리를 자.. 더보기
일본이 위험하다 2011년 3월 쓰나미와 원전 사고 피해를 입은 후쿠시마 해안 지역으로 향했다. 승합차는 곳곳에 벌어진 공사판 탓에 종종 멈춰서야 했다. 마주친 차량 가운데 절반 이상이 공사용 대형 덤프트럭이었다. 방사능 위험 지역으로 지정되어 사람이 살지 않는 도시에도 어김없이 곳곳에서 공사가 진행 중이다. 건설회사는 대목을 만났다. 인력 찾기가 어려워졌고 타지 사람들과 기계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다. 쓰나미 피해지역의 중심도시는 센다이다. 이 대도시는 쓰나미 이후 인구가 오히려 늘고 상권이 활성화됐다. 식당과 술집에 손님이 끓는다. 이런 ‘재건 버블’은 아베노믹스와 재해복구가 만나 만들어낸 기이한 풍경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세 개의 화살’을 묶어 쏘겠다고 한다. 첫째는 금융 완화, 둘째는 정부 재정 투입 확대.. 더보기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외교관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공감가는 글을 썼다. 더 많은 외국인을 만나고 더 많은 나라에 대해 알게 될수록 더욱 공감되는 관점이다. 홍 회장은 허핑턴포스트 미국판과 한국판에 이 칼럼을 실었다. http://www.huffingtonpost.kr/seokhyun-hong-kr/story_b_6040088.html?utm_hp_ref=korea 현재 국제관계에서 힘을 발휘하는 담론은 현실주의, 자유주의, 구성주의 정도가 있다는 게 타카하라 아키오 일본 도쿄대 교수의 이야기다. 대체로맞는 이야기인 것 같다. 현실주의는 국제관계를 국가간 상충되는 이해관계를 관철하기 위한 힘의 관계로만 보는 보수주의적 입장이다. 자유주의는 무역 등을 통해 국가 아닌 다른 주체들의 상호 의존성을 높이면 통해 평화를 이룰 수 있다는 입.. 더보기
렌털 아메리카: 왜 빈곤층은 150만원짜리 소파에 415만원을 내야 하는가 (워싱턴포스트) 공유경제가 한참 논란 중이다. 카셰어링이나 셰어하우스 같은 곳, 즉 자산을 새로 취득하거나 만들어 소유하지 않고 벌이는 비즈니스를 공유경제 비즈니스라고 대체로 부른다. 나는 공유경제를 옹호해 온 사람인데, 최근 로 유명한 한병철 교수가 공유경제를 심하게 비판하는 글을 썼다. 한 교수의 글은 거칠고 단정적이며 대안의 가능성을 부정하는 글이라 마음이 편하지 않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공유경제에 대해 한번 성찰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중에, 에서 좋은 기사를 하나 읽었다. 공유경제가 처음 주목받은 이유는 ‘소유’가 아니라 ‘접근’을 통해 소비활동을 한다는 새로운 개념 때문이었다. 제레미 리프킨이 에서 이야기한 내용이다. 소유하지 않으니 지나치게 많은 비용을 들일 필요가 없게 된다. 새로 생산하지 않아도 비즈니스를 .. 더보기
<5분 경영학> 차별 있는 곳에 이익 있다 "영화값도 얼마 안내는데 뭘 그렇게 친절하게들 구는지…” 오랜만에 영화관에 다녀오신 어머니 얼굴에는 화색이 만연했다. 영화 내용보다는 가격과 친절 덕이었다. 조조 할인에다 65세 이상 노인에 대한 에누리까지 덧붙여 반값도 되지 않는 금액만 내셨다. 그런데 값싼 손님이라고 구박은커녕 친자식처럼 사근사근하게 구는 영화관 직원들에게 감동을 받으신 모양이다. 순간 머릿속에 스쳐가는 직업적 의문. “극장주의 마음 속에 있는 노인 공경 사상이 그 이윤동기에게 승리했나? 왜 건당 매출이 적은 소비자에게 똑 같은 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일까?” 그럴 리 없다. 이미 230년 전 영국의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가 에서 설명해 주지 않았던가. “우리가 저녁식사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정육업자, 양조업자, 제빵업자들의 자비심.. 더보기
3분만에 읽는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 토마 피케티의 과 이를 둘러싼 경제전문가들의 논쟁을 요약정리한 보고서를 썼다. 싱크탱크인 GS&J에 기고한 보고서다.보고서 요약을 본문에 싣고 보고서 전문은 링크한다. 요약은 3분만에, 전문은 20분만에 훑어볼 수 있을 듯 싶다. ○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그의 저서「21세기 자본론」에서 자본주의가 전반적으로 불평등이 심화되는 법칙성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하여 출판시장에서 열풍을 불러오고 경제학계 대논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 1910년대 이후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대공황 등을 거치면서 누진세제 등의 도입으로 1970년대까지는 일시적으로 불평등도가 완화되었으나 1980년 이후 자본의 쏠림현상은 다시 심해져서 현재 세계 주요국은 사상 최고 수준의 부의 불평등 상태에 처해 있다. ○ 이를 입증하기 위해.. 더보기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책 10권 페이스북에서 정상훈 사회혁신공간 데어 상임이사의 권유를 받고 '내 인생의 책 10권'을 골라보게 됐다. 중고생 시절 동네 서점에 서서 읽던 서정시집과 단편소설들, 대학에 들어가서 처음 접하던 사회과학서적들과 리얼리즘 소설과 시들, 그리고 사회에 진출한 뒤 읽게 된 여러 종류의 전문서적이 복잡하게 떠올랐다.내가 어떤 시점에서 어떤 책을 읽었는지를 떠올리면서, 그 시절 내가 하던 생각들이 머리를 이리저리 스쳤다. 생각 뿐만 아니라 내 마음 속 풍경들도 오랜만에 떠올리게 됐다. 고마운 일이다. 홀로서기(서정윤)“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문열)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을 매년 기다리다 동네 서점에서 사서 읽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거대권력은 늘 엄석대처럼 영리하게 지배합니.. 더보기
한국경제를 두 개의 숫자로 보여준다면? (출처: 통계청) 만일 단 두 개의 숫자로 최근 20년 동안의 한국을 보여주라고 한다면 무엇을 보여주는 게 좋을까?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때 현격하게 도드라지는 두 개의 숫자가 있다. 하나는 1인당 국민소득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자살률이다.1990년대 초반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간신히 1만 달러대에 진입했다. 지금은 2만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2013년 현재 한국의 자살률은 10만명당 33.5명이다. 20여년 전보다 3배 높아진 수치다. 1990년대 초반 한국의 자살률은 10만명당 10명을 넘지 않았다.평균 국민소득과 자살률이 동시에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얼핏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일까?그 가장 큰 원인은 점점 더 커지는 ‘격차’에 있다는.. 더보기
쓰나미와 세월호 “참사를 겪은 사람들은 다시 삶을 살아내기 위해 어떤 도움이 필요하다고 이야기를 하던가요?“두 가지 이야기를 했습니다. ‘우리에게 진짜로 벌어진 일을 밝혀 세상에 들려 주세요.’ ‘우리가 겪은 비극으로부터 사회가 뭔가를 배우면 좋겠습니다.’”내 질문에 대답한 사람은 한국계 미국인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인 미나 손이다. 그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의 피해를 가장 크게 입은 곳 중 하나인 리쿠젠타카타 시를 최근 방문한다. 한때 그 도시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던 그에게는 10년만의 방문이었다. 손 감독은 옛 이웃과 시민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고, 그 내용을 다큐멘터리 영화 으로 제작하고 있다. 이 영화를 설명하는 자리에 참석했다. 일본국제교류기금과 국제문화회관이 도쿄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었다.피해자들.. 더보기
쓰나미 이후의 일본, 리쿠젠타카타 제가 참석하고 있는 'Asia Leadership Fellow Program'의 일환으로 한국계 미국인 Mina T. Son 감독의 '제작 중 영화 중간 발표회'라는 특이한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제작 중간에 가편집본을 보여주고 코멘트를 받는 자리였습니다. '리쿠젠타카타, 2014년'이라는 제목의 30분 짜리 가편집본 다큐멘터리를 보고 상념에 잠겼습니다. 리쿠젠타카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곳 중 가장 심하게 타격을 입었다는 지역 중 하나입니다. 쓰나미 전이나 뒤나 리쿠젠타카타에 살고 있는 중년의 다카는 나쁜 남자였습니다. 동네에서 늘 사람들과 갈등을 일으키고 피해를 주며 살았습니다. 그러던 그가 쓰나미를 계기로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착하게 살기로' 결심했답니다. 그는 요즘도 리쿠젠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