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PN(Asia Venture Philanthropy Network)의 초대로 참석한 모임에서, 전세계 사회혁신 영역의 리더로 꼽히는 제프 멀건을 만났습니다. 현재 영국 연구재단 NESTA(National Endowment for Science, Technology and Arts)이기도 한데요.
서울NPO지원센터에서 10월 19일 아침에 1시간 30분 가량 진행했던 내용을 살짝 공유합니다. 제프 멀건의 이야기와 질의응답이 뒤섞여 있는 메모입니다. 제가 대체로 공감하는 내용들이고요.
- 혁신은 어디서 일어나는가?
지금은 세계가 마주친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가 어렵다. 사회 전반에 혁신이 필요한 시기다.
그런데 과거 혁신은 big science, big money로부터 나온다고 믿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지금 가장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돈이 많이 투입된 과학적 연구과제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작고 다양한 열린 공간에서 나온다.
창작 공간, 오픈 이노베이션, 사용자 경험, 서비스 디자인 등의 열쇳말을 주목해야 한다.
- 사회 문제 해결 패러다임이 바뀐다
- 개별 프로젝트에서 문제와 시스템적 해결책을 찾는 것으로. 재단 프로젝트도 다양한 개별 프로그램을 돌리는 것보다 문제를 크게 정의하고 그 문제에 대해 실용적인 실험을 하는 집단을 지원한 뒤, 그들의 경험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보고서를 쓴다.
- 단독 활동에서 협력 활동으로. 과거 재단이나 연구소는 홀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를 원했다. 자신의 이름으로 모든 것을 하고 싶어했다. 그런 과제일수록 실패 확률이 높다. 최근에는 민간재단-시민단체-기업-정부 등 다양한 파트너와 협업체계를 짜고 일하는 게 트렌드다.
- 단순지원금에서 다양한 종류의 돈으로. 과거 단순 지원금만 주던 시스템에서, 사회적투자, 사회투자채권, 민간자본과 그랜트의 믹스 등 다양한 종류의 자금 형태를 설계한다.
- 단기에서 장기로. 3개월만에, 1년만에 해결되는 사회 문제는 없다.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해야만 궁극적으로 결과가 나온다는 게 오랜 경험에서 나온 결론이다.
- 사회혁신의 나선구조
- 사회 혁신 아이디어는 기회와 도전요소 탐색-> 아이디어 도출-> 아이디어 발전 및 테스트-> 사례 발굴-> 실행-> 확장-> 시스템 변화의 과정을 거치며 발전해 간다.
- 싱크탱크든 재단이든 시민단체든, 각각의 과정 중 어느 단계에 초점을 맞춰 활동할 것인지를 스스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찾지 못하면 엉뚱한 일을 많이 벌이게 된다.
- 예를 들어 돈을 지원하는 재단만 해도, 어느 단계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지원하는 돈의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 아이디어 도출 단계는 제한 없이 자유로운 소규모 자금지원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확장단계(scaling)에 초점을 맞춘다면 큰 규모의 투자가 일어나야 한다. 시스템 변화라면 정책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 영국의 경우 big society capital같은 social investment가 scaling 역할을 한다. Social impact bond도 그렇다. 재단은 초기 실험과정에 자금을 대면서 정부와 협업하기도 한다. 정부는 실험과정에 돈을 대기가 구조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실험 지원은 민간에서 하면서 나중에 확장 및 시스템화 단계에 실험 결과를 반영해 정부가 역할을 하게 한다.
- 전통적 재단과 싱크탱크가 어려운 상황 아닌가?
- 미국식 대규모 싱크탱크(big washington think tanks)는 이미 50년전 모델이다. 페이퍼 중심 접근이라 그렇다.
- 우리의 철학은 '실천이 답을 알려준다'(practices have answers)는 것이다. 대학에 연구를 맡겨 보면, 아무도 읽지 않는 수백 페이지짜리 보고서만 나오기 일쑤다.
- 그래서 실천 기반이 있는 실험 프로젝트를 같이 한 뒤, 그 결과를 리포트하는 방식으로 활동하는 게 우리 방식이고 social innovation의 방식이다.
- 민간에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실험해서 나온 성공적 결과를 정부가 받아들이게 하면 스케일 업이 되면서 시스템이 바뀐다. 정부는 처음부터 실험하는 일은 하기 어렵다. 여기에 민간 재단의 역할이 있다.
- 재단이 자금을 지원한 뒤 어떻게 평가하나
- 데이터를 활용해 증거기반 임팩트 평가를 한다. 다만 이때 증거는 다양한 수준에서 참고한다.
- 어떤 경우에는 지원한 뒤 그 결과를 우리에게 보고서로 제출하는 대신 블로그에 쓰도록 하기도 한다. 지원 대상자가 블로그에 쓴 글을 보고 누군가 비판할 수 있다. 그러면 우리보다 더 나은 평가를 할 수도 있게 된다.
제프 멀건은 누구?
제프 멀건은 2011년부터 NESTA의 대표를 역임해 왔다. NESTA는 영국의 혁신 재단으로 투자, 실용투자 프로그램, 연구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1998년 약 450억원 규모의 복권 기금으로 설립된 정부출연 연구기관이지만, 2010년 말부터 독립적 민간 연구기관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연구기관을 넘어서 투자를 통해 혁신을 지원하고 있다.
제프 멀건은 1997년부터 2004년까지 제프는 토니 블레어 총리 정책 보좌관과 전략기획관을 역임하는 등 영국 정부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했다.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영 파운데이션(Young Foundation)의 상임대표였다. 또한 싱크탱크 데모스(Demos) 의 상임대표이자 공동설립자이며 고든 브라운 수상의 수석고문, BBC TV와 라디오 기자로 활약했다.
LSE, UCL, 맬버른 대학의 초빙교수였으며, 하버드 대학 선임객원연구원이기도 하다. 더불어 SIX와 스튜디오 스쿨 트러스트 의 대표를 맡고 있다. 최근 저서로는 “메뚜기와 꿀벌: 자본주의 미래의 포식자와 창조자”(2013년, 프린스턴 대학 출판부)가 있다. 집단 지성의 이론과 실제를 초점을 둔 책을 집필 중에 있다.
<참고: 제프 멀건의 TED 강연 - '작업실 학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