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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재의 관찰

일본의 동네 축제 마츠리에서 한국말 구호가 들리는 까닭


일본 도쿄 센다기 마을의 마츠리 장면.



ALFP 프로그램으로 2014년 9~10월 두달 동안 도쿄에서 지내는 동안, 일본 마츠리(지역 축제)를 두 군데에서 참석했습니다.

첫 번째는 센다기에서 열린 마츠리였습니다. 이 마츠리는 도쿄의 센다기 지역에서 열린 동네 마츠리였습니다. 하지만 주변 네 개 마을에서 함께 열어 전체적으로는 꽤 큰 규모의 마츠리였습니다.

사람들은 무거운 미코시(가마)를 듭니다. 어깨로만 받쳐서 손과 팔을 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정석입니다. 그리고 그 힘든 작업을 이겨내기 위해서인지 큰 소리로 같이 구호를 외칩니다. "우이쌰! 우이쌰!" 한국어인 '으샤'처럼 들립니다. 그 구호는 너무 신나서 고통을 잊을 법도 합니다. 마을 여기저기를 빈틈없이 다니면서 주민들에게 마츠리가 열리고 있다는 사실을 큰 소리로 알립니다. 

그리고 쉬는 시간마다 맥주와 오니기리를 즐기면서 노동의 여독을 풉니다. 마츠리가 모두 끝난 밤이 되자 동네 어른들이 나와 아주 좋은 사케와 안주를 미코시를 나르느라 고생한 이들에게 대접합니다.




교토 우즈마사 지역의 오사케 신사에서 만난 마츠리는 조금 달랐습니다. 

도쿄에서와는 달리 우선 미코시에 바퀴가 달려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저 밀고 끌기만 합니다. 센다기의 마츠리에서처럼 미코시를 나르는 데 큰 힘이 들지는 않습니다.

다만 집집마다 다니면서 도착할 때마다 미코시를 높이 들고 '왓쇼이! 왓쇼이!'를 외칩니다. 이 구호는 한국에서 온 말이라고 합니다. "왔어!"에서 왔다는 이야기지요. 고대 한반도 도래인들의 한국어가 전해져 내려온 것이라는 이야기가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전반적인 마츠리 분위기도 다릅니다. 교토는 훨씬 차분한 분위기입니다. 동영상 두 개를 번갈아 보시면 큰 차이를 느끼실 수 있으실 겁니다.




여기에 대해 교토 사람들은 "도쿄 사람들은 너무 성질이 급하고 질이 낮다"고 이야기합니다. 교토 사람들은 도쿄가 일시적으로 수도 자리를 빼앗았을 뿐, 실제 일본의 수도는 과거 천년 동안 그랬듯이 교토라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네, 그렇게 생각하는 게 마음이 편할 수도 있겠네요. 


어쨌든 동네 마츠리를 들여다보니 일본 사람들의 삶이 조금 보입니다. 어디 가서 무슨 일을 하고 있든 간에, 1년, 또는 2년에 한 번씩 자기 동네로 돌아와 동네 어른들과 함께 가마를 지고 땀흘리며 소리치며 어울리는 청장년들. 그리고 그 날의 축제를 위해 1년 동안 열심히 준비하는 동네 어르신들. 아직 대도시에도 이런 모습이 남아 있군요. 일본 사회가 어떤 곳인지를 조금 더 잘 알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