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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재의 관찰

코로나 2년, ‘최상위층 자영업자’에겐 위기 없었다 데이터를 들여다보다가, 뜻밖의 분석 결과를 얻었다. 바로 자영업자 가구소득이 코로나 이전보다 늘어났다는 이야기다. 자영업자 소득을 하반기 월평균 가구경상소득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2019년보다 2020년이, 2020년보다 2021년 소득이 더 높다. 다만 계층간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의외의 결과이니, 데이터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해석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빈익빈 부익부가 심각하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그래프) 정부 지원금이 자영업자 소득을 지켰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이렇다. 자영업자 사업소득은 코로나 이전부터 계속 불안정했고, 코로나 이후 좀더 어려워졌다. 그런데 정부가 재난지원금 및 손실지원금을 내놓으면서 총 가구소득(경상소득)은 코로나 이전보다 늘어났다. 여기다 원래 사정이 어.. 더보기
사회 혁신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 제프 멀건과의 만남 AVPN(Asia Venture Philanthropy Network)의 초대로 참석한 모임에서, 전세계 사회혁신 영역의 리더로 꼽히는 제프 멀건을 만났습니다. 현재 영국 연구재단 NESTA(National Endowment for Science, Technology and Arts)이기도 한데요. 서울NPO지원센터에서 10월 19일 아침에 1시간 30분 가량 진행했던 내용을 살짝 공유합니다. 제프 멀건의 이야기와 질의응답이 뒤섞여 있는 메모입니다. 제가 대체로 공감하는 내용들이고요. 혁신은 어디서 일어나는가? 지금은 세계가 마주친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가 어렵다. 사회 전반에 혁신이 필요한 시기다. 그런데 과거 혁신은 big science, big money로부터 나온다고 믿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 더보기
일본을 뒤쫓아가는 한국경제, 그리고 고령자 지배사회 한국과 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 변화 추이와 65살 이상 고령인구 비율 추이를 지켜보면 놀랍도록 닮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1970년부터 1995년까지 25년 동안의 변화를 보면, 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은 1만달러가량에서 2만달러 수준으로 껑충 뛰어오른다. 동시에 65살 이상 인구 비율도 7%대에서 14%대로 2배가 된다(그림 참조). 같은 기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1천달러 미만의 미미한 수준에서 1만1천달러대로 훌쩍 뛰어오른다. 또한 65살 이상 고령인구 비율도 3%대에서 6% 근처로 2배 커진다. 재미있는 것은 1995년 한국의 위치다.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과 고령인구 비율은 거의 정확히 1970년 일본 수준에 있다. 다음 수치를 보자. 이번에는 1995년부터 2010년까지 15년 동안의 변화.. 더보기
청담동 노인의 죽음 최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고급 아파트에서 75세 노인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이 그 노인이 살던 청담동의 53평형 아파트에 도착했을 때 노인은 욕실 바닥에 누워 숨진 상태였다. 집은 욕실에 틀어진 샤워기 때문에 물이 흥건했다고 한다. 천정에서 물이 떨어진다는 아랫집 주민의 누수 신고를 받은 뒤 경비원과 경찰이 발견한 것이다. 문 앞에는 일주일치 신문이 쌓여 있었다. 경찰은 그가 혼자 사망한 뒤 방치돼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살던 아파트 시가가 20억원대일 정도로 재력가이고 영자신문을 늘 받아보던 지식층이었는데도 쓸쓸히 생의 마지막을 맞았다. 청담동 노인의 고독사는 각자도생으로 파편화된 한국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가장 많이 가진 이들조차도 따뜻하게 살기 어려운 상황이 상징적으로 나타난다... 더보기
영화 <사도>와 세대갈등 “내가 네 나이 때는 단 한 순간이라도 공부를 못할까 두려워했는데, 너는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도 공부를 게을리하니… 쯧쯧.” 문득 귀를 의심했다. 조선시대 영조와 사도사제 사이의 갈등을 그린 영화 의 한 장면에서 튀어나온 영조의 대사가, 마치 우리 시대 아버지 세대가 아들 세대에게 전하는 메시지처럼 들려서다. 영조의 이 대사는 얼마 전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던 한 신문사 논설위원의 칼럼 내용과 함께 귓속을 오래 맴돈다.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칼럼에서 필자는 ‘삼포세대’를 나무란다. 지하 단칸방에서 신혼을 꾸리면서도 ‘포기’라는 말을 몰랐고, 주어진 대로 오직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가던 시절을 떠올린다. 자신의 성장기보다 더 나은 환경에 있지만, 자신이 보기에 게으르고 변명을 일삼는 아들을 준엄하게 꾸.. 더보기
일본 교토에서 신라인의 후예를 만나다 "이 동네 신사는 한국 사람들이 1500년 전에 건너와서 만들었어요." 일본 교토에서 우연히 만난 동네 아주머니의 한 마디가 귀에 꽂혔다.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이들이 초기 일본을 세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다. 특히 백제인이 건너갔다는 사실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신라인의 역할은 부끄럽게도 모르고 있었다.그런데 2014년 10월 12일 일본 교토 우즈마사 지역과 아라시야마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그 흔적을 명확하게 알게 됐다. 몇 가지 우연과 필연이 겹치면서, 하루 동안 교토 지역에 건너와 자리를 잡고 초기 일본을 세우는 데 큰 역할을 한 진하승(秦河勝)과 하타씨 가문(‘진’(秦)을 일본어로 ‘하타’라고 읽는다)의 흔적을 따라가는 여행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 고대에 한.. 더보기
일본의 동네 축제 마츠리에서 한국말 구호가 들리는 까닭 ALFP 프로그램으로 2014년 9~10월 두달 동안 도쿄에서 지내는 동안, 일본 마츠리(지역 축제)를 두 군데에서 참석했습니다.첫 번째는 센다기에서 열린 마츠리였습니다. 이 마츠리는 도쿄의 센다기 지역에서 열린 동네 마츠리였습니다. 하지만 주변 네 개 마을에서 함께 열어 전체적으로는 꽤 큰 규모의 마츠리였습니다.사람들은 무거운 미코시(가마)를 듭니다. 어깨로만 받쳐서 손과 팔을 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정석입니다. 그리고 그 힘든 작업을 이겨내기 위해서인지 큰 소리로 같이 구호를 외칩니다. "우이쌰! 우이쌰!" 한국어인 '으샤'처럼 들립니다. 그 구호는 너무 신나서 고통을 잊을 법도 합니다. 마을 여기저기를 빈틈없이 다니면서 주민들에게 마츠리가 열리고 있다는 사실을 큰 소리로 알립니다. 그리고 쉬는 시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