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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재의 실천

정치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정치가 바뀌어야 삶이 바뀝니다.” 2012년 11월 어느날, 안철수 후보의 정책을 맡고 있던 나는 캠프 사무실에서 불편한 마음으로 벽에 붙어 있는 새로운 선거 슬로건을 쏘아보고 있었다. 내 책상 위에는 두꺼운 정책 보고서가 놓여 있었다. 제 18대 대통령 선거전이 한창이었다. 각 후보 캠프에서는 연이어 유권자들의 마음을 살 공약을 발표하고 있었다. 그들 가운데 단연 압권은 이른바 ‘지역공약’이었다. 우리 캠프에서 만든 그 ‘지역공약’들이 그 두꺼운 보고서에 담겨 있었다. 각 정당에는 지역조직이 있다. 이 조직은 늘 해당 지역의 여론을 탐지하고 중앙에 전달한다. 지역 여론이란 어떤 경우에는 날 것 그대로 표현한다면 지역 유지들의 민원사항이다. 주로 중앙정부가 돈을 들여 지역에 대형 시설을 지어달라는 지역.. 더보기
청소, 초콜릿 그리고 소셜벤처 조진원 서울메트로환경 대표의 휴대전화는 300여통의 문자로 불이 났다. 직원들에게 초콜릿을 돌린 직후였다. 대부분 “한 번도 이런 대우를 못 받았는데…” “감사해서 눈물이 난다”는 내용이었다. 서울메트로의 자회사 서울메트로환경은 서울지하철의 청소 및 방역 업무를 맡고 있는 기업이다. 2013년부터 지하철 청소노동자들을 고용해 운영하고 있다. 이전에는 용역업체에 외주하청 방식으로 맡기던 일이다. 용역업체에서 일하던 청소노동자들은 ‘용역 아줌마’로 호명됐다. 그러다가 자회사에 정규직으로 고용되면서 ‘직원’이 됐다. 교육훈련 기회도 새로 생겼다. 허드렛일이라고만 여겨지던 청소 업무가 고도의 기술로 격상됐다는 느낌을 줬다. 이러던 차에 급기야 회사 대표가 감사하다며 초콜릿을 돌리자 긍정적 반응이 폭발한 것이다... 더보기
안철수와 한혜경 2012년 10월 15일, 안철수 당시 대선후보는 삼성전자 LCD사업부에서 일하다 뇌종양에 걸려 투병중인 한혜경씨를 방문했었다. 나는 당시 캠프에서 정책기획을 맡고 있었다. 출마선언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대선 레이스가 막 시동 중이던 때였다. 사무실은 24시간 뜨거웠다. 하루하루 급박한 시간이 이어졌다. 당시 캠페인 기조는 '경제'와 '혁신'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사실 이 방문은 이례적이었다. 기조와 정확히 맞는 것도 아니고, 당장 지지율에 도움이 될 것 같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및 LCD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 가운데 백혈병 뇌종양 등의 중병을 얻은 이들이 산업재해 인정을 받느냐 아니냐는 당시까지만 해도 심각한 논란의 대상이었다. 삼성전자는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었다.그나마 .. 더보기
청년이 제안하는 사회는 다르다 그들의 좌절과 분노는 컸다. 20대 법학도들과 만난 자리였다. '50~60대 베이비붐 세대가 밉다. 누릴 것은 모두 누리고 청년들에게는 이런 사회를 물려주고 가려 한다.' 나는 그들에게 물었다. '그럼 청년들은 어떤 사회에서 살고 싶은가?' 이야기는 봇물이 터졌다. 공정하지 못한 사회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고,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과 이루고 싶은 사회 변화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밤이 깊어질 때까지 끝날 줄을 몰랐다. 지난 3월 열린 '광복 100년 대한민국의 상상' 컨퍼런스에서도 비슷한 질문을 청년들에게 던졌었다. '30년 뒤 한국사회는 어떤 모습이라면 좋겠는가?'라는 질문이었다. 최근 희망제작소는 이 행사에서 청년들이 제시한 한국사회 비전을 분석해 라는 제목의 보고서로 발간했다. (보고서 링크) 제약조.. 더보기
한일정상회담과 군 위안부 문제 2015년 6월 21일 참석한 '제 3회 한일미래대화'에서는 한일관계에 대한 우려가 희망을 압도하고 있었다. 한국의 동아시아연구원과 일본의 겐론NPO가 양국 전문가 20여명을 초청해 일본 도쿄 UN대학에서 연 세미나였다. 한일수교 50주년의 하루 전날이었다. 우려의 근거는 지난 4~5월 동아시아연구원과 겐론NPO가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였다. 이 조사에서 한국 국민 가운데 72.5%는 일본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갖고 있다고 응답했다. 일본 국민 가운데 52.4%가 한국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갖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런 인식의 기저에는 역사문제가 깔려 있다. 한국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이 국가 차원의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 더보기
후쿠시마의 유령도시에서 만난 기업가 2014년 10월 24일 금요일, 도쿄에서 새벽 기차를 타고 후쿠시마 역에 도착했다. 후쿠시마 역에서 자동차를 타고 소마를 향해 출발했다. 신칸센 역이 있는 후쿠시마 내륙에서 동쪽 해안으로 이동하는 길이다. 가는 길에는 끊임없이 공사 현장이 나타났다. 길을 지나는 자동차 가운데 절반 이상이 공사용 대형트럭이었다. 나를 후쿠시마로 안내해 주던 'Bridge for Fukushima'의 활동가가 말했다.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지역을 청소하고 있는 중이지요. 그래서 사방이 공사랍니다. 지표면의 흙을 퍼내서 다른 곳으로 옮기면서 원전에서 날아온 먼지를 없애고 있답니다.” 동행하던 일본인 전문가가 냉소적으로 덧붙였다. “이게 바로 아베노믹스이지요.” 원자력에 오염되었을 우려가 있는 지역을 흙을 퍼내서 옮기는 일과.. 더보기
쓰나미 3년, 일본은 다시 일어서고 있는가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지 3년이 지났다. 궁금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지역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일본은 다시 일어서고 있는 것일까? 사회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사람들은 어떻게 극복하고 있을까?앞서 리쿠젠타카타에 대한 영화를 보고, 몇 개의 자료를 찾아본 뒤 더 궁금해졌다.그래서 10월 9~10일 이틀 동안 도호쿠 지역을 방문했다.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던 도호쿠는 일본 혼슈 동북지방의 아오모리 현, 이와테 현, 미야기 현, 아키타 현, 야마가타 현, 후쿠시마 현의 6개 현을 뜻한다. 이 가운데 미야기, 이와테, 후쿠시마 3개 현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더보기
아시아 시민사회 리더 7인을 만나다 - ALFP 2014 2014년 9월부터 10월까지, 두 달여 일정으로 일본 도쿄에서 지냅니다. Asia Leadership Fellow Program이라는 과정에 참여해서 아시아 6개국에서 한 명씩 참석하는 전문가들과 지내면서 대화하고 공부하다 돌아올 예정입니다. 도쿄와 나고야에 있는 대학들에서 강연할 계획도 잡혀 있고요. 참석하는 다른 이들은 시민사회나 사회혁신 등에 관심이 있는 연구자와 활동가들입니다. 뒷줄 왼쪽부터 네팔, 방글라데시, 일본,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의 펠로우들입니다. 앞줄에 앉아 있는 분은 일본-인도네시아의 사회적기업인 코페르니크의 나카무라 대표입니다. 우리에게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빈곤해결 솔루션 찾기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저도 아시아 7개국에서 온 전문가들 앞에서 한국..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