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에서 정상훈 사회혁신공간 데어 상임이사의 권유를 받고 '내 인생의 책 10권'을 골라보게 됐다. 중고생 시절 동네 서점에 서서 읽던 서정시집과 단편소설들, 대학에 들어가서 처음 접하던 사회과학서적들과 리얼리즘 소설과 시들, 그리고 사회에 진출한 뒤 읽게 된 여러 종류의 전문서적이 복잡하게 떠올랐다.
내가 어떤 시점에서 어떤 책을 읽었는지를 떠올리면서, 그 시절 내가 하던 생각들이 머리를 이리저리 스쳤다. 생각 뿐만 아니라 내 마음 속 풍경들도 오랜만에 떠올리게 됐다. 고마운 일이다.
홀로서기(서정윤)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문열)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을 매년 기다리다 동네 서점에서 사서 읽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거대권력은 늘 엄석대처럼 영리하게 지배합니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최영미)
“여기 홀로 누군가 마지막까지 남아
주인 대신 상을 치우고
그 모든걸 기억해내며 뜨거운 눈물 흘리리란 걸
그가 부르다 만 노래를 마저 고쳐 부르리란 걸”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김광규)
“치솟는 물가를 걱정하며
즐겁게 세상을 개탄하고
익숙하게 목소리를 낮추어
떠도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모두가 살기 위해 살고 있었다
아무도 이젠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강(구광본)
“혼자서는 건널 수 없는 것
오랜 날이 지나서야 알았네”
‘작가의 말’의 제목은 ‘즐거운 노동을 꿈꾸며’였습니다. 여기서 한 개의 별을 봤습니다.
몬드라곤에서 배우자(1992년판. 윌리엄 & 캐서린 화이트)
즐거운 노동을 실현하는 기업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경제학을 위한 변명(정운영)
경제학은 밥에 대한 학문이지요. ‘경제평론가’라는 저자의 직함과 아름다운 문장에 매료되었습니다.
Blink (Malcolm Gladwell)
영어로 된 책을 한 달음에 다 읽고 나서, 이런문장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Microeconomics (Robert Pindyck)
드디어 경제학을 배웠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케인즈: 경제학자, 철학자, 정치가 (로버트 스키델스키)
그 사람처럼 살고 싶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