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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 초콜릿 그리고 소셜벤처 조진원 서울메트로환경 대표의 휴대전화는 300여통의 문자로 불이 났다. 직원들에게 초콜릿을 돌린 직후였다. 대부분 “한 번도 이런 대우를 못 받았는데…” “감사해서 눈물이 난다”는 내용이었다. 서울메트로의 자회사 서울메트로환경은 서울지하철의 청소 및 방역 업무를 맡고 있는 기업이다. 2013년부터 지하철 청소노동자들을 고용해 운영하고 있다. 이전에는 용역업체에 외주하청 방식으로 맡기던 일이다. 용역업체에서 일하던 청소노동자들은 ‘용역 아줌마’로 호명됐다. 그러다가 자회사에 정규직으로 고용되면서 ‘직원’이 됐다. 교육훈련 기회도 새로 생겼다. 허드렛일이라고만 여겨지던 청소 업무가 고도의 기술로 격상됐다는 느낌을 줬다. 이러던 차에 급기야 회사 대표가 감사하다며 초콜릿을 돌리자 긍정적 반응이 폭발한 것이다... 더보기
영화 <사도>와 세대갈등 “내가 네 나이 때는 단 한 순간이라도 공부를 못할까 두려워했는데, 너는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도 공부를 게을리하니… 쯧쯧.” 문득 귀를 의심했다. 조선시대 영조와 사도사제 사이의 갈등을 그린 영화 의 한 장면에서 튀어나온 영조의 대사가, 마치 우리 시대 아버지 세대가 아들 세대에게 전하는 메시지처럼 들려서다. 영조의 이 대사는 얼마 전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던 한 신문사 논설위원의 칼럼 내용과 함께 귓속을 오래 맴돈다.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칼럼에서 필자는 ‘삼포세대’를 나무란다. 지하 단칸방에서 신혼을 꾸리면서도 ‘포기’라는 말을 몰랐고, 주어진 대로 오직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가던 시절을 떠올린다. 자신의 성장기보다 더 나은 환경에 있지만, 자신이 보기에 게으르고 변명을 일삼는 아들을 준엄하게 꾸.. 더보기
현명한 노후를 위한 색다른 투자 지인이 은퇴 뒤 이사를 갔다. 수십년 살던 서울을 떠나 지방 도시로 거처를 옮겼다. 서울에서 전세금을 빼서 충분한 면적의 집을 구입할 수 있었다. 그러고도 3천여만원이 남았다. 그는 돈을 어디에 쓸지 고민하다, 그 중 2천만원을 친구들에게 쓰기로 결정했다. 낯선 지역으로 와서 아는 사람도 별로 없으니, 가능한 많은 이들을 집으로 불러 대접하면서 관계를 유지하는 데 투자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결과적으로 이것은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 1년 동안은 전국에서 친구들이 모여들었다. 그리고 나서는 수많은 친구들 집에 초대받아 가게 됐다. 베푼 것을 돌려받는 과정이었다. 그러면서 여러 지역을 방문하게 되고, 오랜만에 직장과 관계 없는 대화를 집중적으로 나눌 수 있었다. 삶은 풍요로워졌다. 은퇴 뒤 사라질.. 더보기
‘좋은 삶’으로부터 출발하자 “나이가 들어서 65살이 돼 기초연금을 받게 된다면 인생을 잘 못 사신 것입니다.” 2013년에 있었던 일이다. 기초연금의 국민연금 연계 방안을 놓고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었다. 박근혜 정부가 노인들에게 주는 기초노령연금을 정비해 기초연금으로 개편하면서,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모든 노인에게 매달 20만원씩’이라는 약속을 어기는 기조의 정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초연금을 도입해 매달 20만원씩을 지급하되, 소득 상위 30%에게는 지급하지 않으며 국민연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받는 노인들에게는 그만큼 덜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기초연금-국민연금 연계 방안이었다. 그러던 중, 당시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장이 라디오 방송을 통해 한 말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었다. ‘인생을 잘못 사신 것’이라는 언급이 공분.. 더보기
창업가형 국가 대기업들 상당수는 요즘 새로운 산업을 찾아 개척하기보다는 그저 ‘버티기’에 급급하다는 인상을 준다. 늘 찾고 있다는 ‘신수종 사업’은 소문만 떠돌고 실체가 없다. 조직은 굳어지고 고령화되고 있다. 모험적 미래기술에 대한 투자에는 소극적이고, 골목상권 장사처럼 안전하고 쉬운 현금 챙기기에 자꾸 한눈을 판다. 재벌기업들은 승계 과정에서 이런 경향이 더 강해진 듯하다. 웬만하면 흠을 잡히지 않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새로운 투자기회를 찾아 공을 세우려 나서는 임직원은 드물고 몸을 사리는 이들이 는다. 이런 상황이니 현금을 쌓아두고도 투자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 이래서는 청년 일자리도 생기기 어렵다. 이에 관해 마리아나 마추카토 영국 서식스대학 경제학 교수는 (The Entrepreneurial State).. 더보기
'헬조선'을 건너가는 방법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에서 ‘중간일자리’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14년 8월 통계층 발표 기준으로 20대와 30대의 일자리 현황을 살펴봤더니, 10년 전과 견줘 중간일자리 비중이 줄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상대적으로 상위와 하위 일자리 비중이 늘었다. 중간일자리는 중위임금의 67%~133%에 해당하는 임금소득을 올리는 일자리를 뜻한다. 이번에 현대경제연구원은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자료를 사용했다. 이 조사에서 ‘최근 3개월간 직장에서 받은 임금'에 대한 응답의 중간값은 약 180만원이었는데, 이를 기준으로 하면 월급120만6000원~239만4000원에 해당하는 일자리가 중간일자리다. 젊은 층의 중간일자리 비중이 줄고 일자리 양극화가 심해졌다는 소식에 나는 ‘헬조선 지옥불반도’라는 말이 떠올.. 더보기
얼마나 벌어야 충분한가 - 한국인이 국민소득(GDP)에 대해 생각하지 않했던 진실들 연봉 2억여원을 받는다는 동창을 만났다. 아이를 외국 기숙학교로 보내고 양가 일가친척들 모시고 매년 해외여행을 가며 서울 강남에 집을 사서 유지하다 보니 살림이 너무 빠듯하다며 울상이다. 평생 독신으로 살며 아주 약간의 생활비만 벌며 달동네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하던 선생님을 만났다. 수십년 만에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제주도로 가서 연세 50만원짜리 방을 얻어 만족스럽고 여유있게 살게 됐다는 소식을 전한다. 혼란스럽다. 도대체 우리는 얼마나 벌어야 충분한 것일까? 우선 우리가 얼마나 벌어 왔는지를 살펴보자. 1960년에 한국 1인당 국민소득은 100달러를 밑돌았다. 2015년 1인당 국민소득은 3만 달러에 육박한다. 그야말로 기하급수적 상승이다. 55년 만에 300배 늘어났다. 소득 100달러.. 더보기
당신은 어떤 성장을 바랍니까 전세계 선진국에서 불평등이 주요 의제로 떠오르면서 불평등 극복을 위한 분배론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런데 한국 정치권에서만은 성장론이 대세인 것처럼 보인다. 새누리당은 말할 것도 없고 새정치민주연합에서도 성장론을 들고나온다. ‘유능한 경제정당’이 되겠다고 외치며 소득주도성장론을 들고나왔다. 여기까지도 좋다. 그런데 여기서 ‘성장’이란, 정확히 어떤 의미일까? 가장 쉬운 설명을 찾기 위해 (아울북)을 보면 ‘경제성장’은 이렇게 설명되어 있다. “경제성장이란 한 나라의 경제 능력이 커져 국민 소득이나 국내총생산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것을 말해. 즉 한 나라의 국민이 일정 기간 동안 새로 만들어낸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 또는 한 나라 안에서 새로 만들어낸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가 꾸준히 늘어났음을 의미하.. 더보기
청년 고용을 위한 노사정위원회를 열자 박근혜 대통령이 노동개혁을 외치며 노사정위원회를 다시 열자고 제안했다. 사의를 표명했던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복귀를 결정했다. 정부와 경영계에서는 청년고용을 위해 고령자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자고 한다. 노동계에서는 세대갈등을 부추기는 음모라고 반박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노사정위원회 대신 국회를 중심으로 새로운 협상테이블을 열자는 주장을 펼친다. 나는 이번에는 노사정위원회를 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번 더 초당파적인 사회적 타협에 기대를 걸어보고 싶어서다. 다만 임금피크제 같은 지엽적 의제는 일단 접어두자. 이번 위원회에서는 한국 사회의 가장 치명적 문제인 청년고용 문제를 두고 머리를 맞대자. 노동계와 경영계와 정부가 모두 무엇을 양보해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를 정하고 실천하는 자리로 삼자.그 .. 더보기
이 4류 기업들을 어찌할 것인가 90대 아버지가 60대 아들의 뺨을 때리며 호통쳤다. 60대 아들은 그 자리에서는 고개를 숙이다가 돌아가서는 아버지 회장을 밀어내고 자신이 그 자리를 차지하려 시도한다. 그 사이 그 아들의 형은 아버지의 뜻이라며 동생을 밀어내려 한다. 아버지의 육성이 언론에 공개되고, 장남과 차남은 각각 인터뷰를 하며 상대방을 비난한다. 1960년대 동네 구멍가게나 시장바닥 조직폭력배들 사이에 벌어진 일이 아니다. 직원 수 17만 명, 연 매출 83조원의 한국 5위 재벌그룹의 최고의사결정권자들 사이에 2015년에 벌어진 일이다. ‘누가 결정권을 갖는가’는 근대사회 핵심적 질문이다. 의사결정과정이 투명하고 명확한 제도들이 근대사회의 승리자가 됐다. 그 제도들이 종합된 형태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