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월호 참사 이후 돌아본 한국경제 패러다임 속도에서 지속가능성으로 : 세월호 참사 이후 돌아본 한국경제 패러다임[1] 이원재(희망제작소 소장) 1. 지금 패러다임 전환을 이야기하는 이유 세월호 사건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특별조사위원회는 여전히 갈등 중이다. 조사위 규모를 축소하는 시행령이 나오면서 실제 조사를 해낼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유가족들은 거리로 나섰다.현안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패러다임 변화’를 논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 ‘패러다임’란 이 사건을 가져온 사회 전체의 상식, 그리고 이 사건이 앞으로 가져올 사회 전체의 상식을 뜻한다. 즉 중장기적 영향이다. 절박한 단기적 현안이 있는 상황에서 중장기적 영향을 논하는 일은 시급하지 않은 일로 여겨질 수 있다. 특히 진상이 명백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 더보기
누가 한국의 록펠러가 될까 최근 로런스 서머스 미국 전 재무장관(하버드대 교수)과 에드 볼스 영국 그림자내각 재무장관(노동당 및 협동조합당 의원)이 공동의장을 맡은 ‘포용적 번영에 관한 위원회’가 방대한 정책보고서를 민간 독립 싱크탱크인 미국진보센터(CAP)를 통해 발표했다. 선진국들을 뒤덮고 있는 불평등 심화 현상에 대한 정책 대안이다. 이 보고서를 계기로 불평등 의제에 대한 전면적 토론이 시작됐다. 다음 미국 대통령의 핵심 의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 나온다. 1년 반 전, 미국진보센터는 서머스 장관 및 볼스 의원을 포함해 미국과 유럽의 정치인, 노동조합 대표자, 학자, 투자자 등을 모아 이 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전문가들을 한자리에 모아 ‘불평등 심화’라는 하나의 문제에 대해 의견을 모으고.. 더보기
회식의 종말 연말연시면 직장인의 밤은 더 길어진다. 걸핏하면 회식이다. 연말이라 모이고 신년이라 모이고, 오는 사람과 한잔하고 가는 사람과 한잔하며, 프로젝트가 성공해서 먹고 실패해서 또 먹는다. 한국 자본주의는 회식자본주의다. 인사도 투자도 구매도 마케팅도 밤에 오간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질펀하게 앉아 맞은편 상대와 맞부딪치는 술잔이 거래와 승진과 업무 협의의 마무리다. 삼겹살을 몇만번 뒤집어야 과장이 된다느니, 폭탄주를 몇잔 만들어야 임원이 된다느니 하는 이야기가 여기서 나온다. 술을 섞고 술잔을 섞고 노래를 섞는 가운데 역사가 이뤄진다. 때로 이 자리는 보스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는 자리다. 때로는 경쟁 부서 능력자들을 폄하하는 뒷담화의 해방구다. 종종 이 자리는 취기를 빌려 특정 지역 출신, 특정 학교 출신, .. 더보기
느린 친구를 위한 사회적 투자 초등학생 때 우리 반에 느린 친구가 한 명 있었다. 성격이 착해서 친구들과 잘 어울렸지만 공부는 너무나 어려워했다. 몇몇 친구들이 놀리며 따돌렸다. 느린 친구를 위한 수업시간은 없었다. 학교도 선생님도 무심해 보였다. 느린 친구는 점점 더 느려졌다. 최근 글로벌사회적경제포럼(GSEF)에 참석했다가 문득 그 친구를 떠올렸다. 한온교 서울 아동공동생활가정 지원센터장이 “‘경계선아동’들을 돕기 위해 사회성과연계채권(SIB) 제도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역설하던 중이었다. 공동생활가정(그룹홈)은 부모와 함께 지낼 수 없는 5~7명의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가정형 시설이다. 한 센터장은 그 아이들을 오래 지켜보면서 상당수가 학습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발견했다. 그렇다고 지적장애아동은 아니었다. 아이들의 성장 가.. 더보기
가난한 사람들이 어떻게 자본주의를 구하는가 어느 날 내 사무실로 세 명의 젊은이가 찾아왔다. ‘웃어밥’이라는 주먹밥집을 운영하는 청년들이었다. 쭈빗쭈빗 싸가지고 온 주먹밥을 꺼내면서 ‘정말 맛있는 주먹밥’이라고 소개했다. 자리에 앉은 그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이들은 모두 지방에서 대학을 나온 청년들이다. 그냥 취직에 매달리기는 싫었다. 흔히 말하는 ‘좋은 직장’ 들어가기가 하늘의 별 따기이기도 하지만, 남의 일을 하는 것보다 자기들의 일을 하고 싶었다. 소비자들이 모여 있는 것 같은 서울로 무작정 온 그들은 보증금 500만원짜리 방을 구했다. 그 방에서 매일 모여 어떤 사업을 할지 늘 같이 머리를 싸매고 궁리했다. 그러던 끝에 일단 각자 흩어져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하고 서울시내 식당으로 흩어져 일을 시작했다. 그 때 모은 푼돈.. 더보기
피케티와 케인스의 공통점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1924년 시드니 볼 재단 초청으로 ‘The End of Lassaiz-Faire’(자유방임주의의 종언)라는 제목의 강연을 연다. 당시 주류를 이루던 경제학의 자유방임주의 조류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이 강연에서 그는 ‘공공 복리를 사적 기업들에게 맡겨둔 채 그대로 두면 적자 생존 원리에 따라 가장 높은 효율이 달성된다는 자유방임주의 믿음은 틀렸다’고 지적한다. 이런 생각은 불확실성, 지나친 경쟁이 발생시키는 비용, 생산과 부가 집중되는 경향을 무시하고 있기 때문에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였다. (Le Capital au XXIe siècle)을 써서 세계적으로 화제를 불러모으고 있는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 교수는 어쩌면 90년 전 케인스가 던졌던 것과 유사.. 더보기
<5분 경영학> 가격할인의 치명적 유혹 볼 때마다 새로운 경영학 이슈를 보여주는 기업이 종종 있다. 블루클럽이 그랬다. 유학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가치혁신으로 눈부신 성공을 거두고 있는 미용실이라고 소개했던 그 블루클럽을 다시 찾은 일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문제점이 먼저 눈에 띄었다. 블루클럽의 커트 가격은 1998년 창사 이래 7년 동안 5천원 그대로였다. 그 동안 한국 소비자물가는 22%가 올랐는데 말이다. 자장면은 2천원에서 3천원으로, 500원이던 서울시내 일반 버스요금은 800원으로 올랐다. 블루클럽 점장에게 얼른 물었다. 이래도 장사가 되느냐고. 푸념 섞인 대답이 돌아왔다. “당연히 어렵죠. 말씀도 마세요. 우리가 자리 잡은 다음에 미용실 사이에 가격 전쟁이 벌어졌어요. 요즘엔 1천원 2천원에 커트해준다는 집도 나왔다니.. 더보기
'정희진의 어떤 메모'에서 느낀 불편함 나는 정희진 선생, 강준만 선생을 좋아한다. 그들만큼 세상을 앞서 가는, 성실하고 용기 있는 지식인도 드물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강준만 선생의 책 이나 정희진 선생의 칼럼 '싸가지는 정치학이다'(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664591.html)는 나와 180도 다른 프레임을 갖고 있다. 대안이나 정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른바 진보진영 인사들의 언사 가운데 나를 가장 불편하게 하는 표현은 "우리가 언제 대안이나 콘텐츠가 없어서 졌느냐"는 것이다. 대안은 이기기 위해서 필요한 게 아니다. 대안 자체가 목적이다. 이겨서 권력을 잡는 것은 수단일 뿐이다. 사회를 변화시키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이 둘을 혼동하는 사람이 많다. 도덕론자(이른바.. 더보기
'구본준 기자'라는 사람 새벽 선잠을 깨자마자 황망한 소식을 접했다. 구본준 기자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었다. 등에 기사화됐고, 많은 이들이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젊은 기자의 갑작스런 죽음에 대해 놀라움과 슬픔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구 기자는 내가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한겨레신문사의 2년 선배였다. 그에 대해 나는 특별한 기억이 몇 가지 있다. 그 중 하나는 그가 페이스북을 통해 한 번 공개했던 아래 에피소드였다. 1998년 연초쯤이었나, 회사에 들어가니 부장이 나를 불렀다. 부장은 거의 하늘이었고, 나같은 쫄따구에게 직접 이야기하는 일은 실로 드물었다. 혹시 내가 뭔 잘못을 했나 두려워하며 부장에게 갔다."야, 구본준, 우리 부서비가 펑크가 났다." 신문사 사회부는 편집국에서 가장 큰 부서다. 회식 한번 하면 비용이 만만찮.. 더보기
<5분 경영학> 블루클럽, 블루오션에 뛰어들다 IMF 구제금융의 충격이 한국을 뒤덮고 있던 1998년의 일이다. 경제부 기자였던 나는 매일 어렵고 무너지는 사업 이야기를 취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신문사 데스크에 놓여 있던 팩스에 “남성전용미용실”이라는 생경한 단어로 시작하는 한 장의 자료가 들어와 있었다. 5천원짜리 남성전용미용실 체인 1호점이 문을 열었다는 내용이었다. 남성에다 미용실에다 5천원이라는 충격적 조합에 눈이 번쩍 뜨였다. 이건 외환위기를 극복할 우리 시대의 지혜라고 흥분하며 ‘틈새시장을 노린 새로운 미용실’이라고 소개하는 글을 썼다. 그게 블루클럽과의 첫 만남이었다. 두 번째 만남에서 나는 처음 썼던 글에 썼던 ‘틈새’라는 단어를 후회해야 했다. 부끄럽게도 글을 쓴 뒤 한참이 지나서야 블루클럽을 직접 찾아가 머리를 자.. 더보기